달은 밤의 눈동자라고 했다.
그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열일곱살이었다. … 시집 읽는 걸 좋아하던 스무살 성희 언니가 보름달을 보고 말했다. 그럴듯하지 않니. 달은 밤의 눈동자래. 모임의 막내였던 당신은 어쩐지 그 말이 무서웠다. 저 검은 하늘 가운데, 얼음같이 하얗고 차가운 눈동자 하나가 침묵하며 그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. 그 말 들으니까 달이 무섭잖아요 언니. 당신의 말에 모두 까르르 웃었다. 세상에, 너같이 겁 많은 앤 처음 본다. 누군가 말하며 복숭아 조각을 당신의 입에 넣어주었다. 어떻게 달이 다 무섭다니.
한강, <소년이 온다> |